제4장

SeeSaw

전시서문

 

동심 불어넣기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인간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 순수함과 즐거움을 만끽하던 어린 시절을 거치며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된 후 누구보다 완벽하고 성공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는 정서적 불안감과 인간성 상실, 가치관 혼란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각박한 현실로부터의 탈피를 꿈꾸며 이상세계와 함께 어린 시절 순수했던 동심으로의 회귀를 갈구하게 만든다. 여기서 동심은 단순히 미성숙한 사고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심성 밑바닥에 깔린 본질 또는 본성과 같이 지극히 추상적이며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오랜 시간 많은 예술가들은 예술가의 사고 표현에 있어 동심의 중요성을 말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나타내는 독창적이며 개성적인 방법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해당 예술가들은 어린 시절 지닌 감정을 바탕으로 사물에 접근함으로써 이성적이고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세계를 거부하고 역설과 해학을 거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처럼 동심은 내면 세계의 표현을 자유롭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과거에 대한 기억 또는 추억이 될 수 있으며 현재의 흘러가는 시간 속 매 순간마다 접하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심은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유수 작가는 동심이 가득한 이상세계를 꿈꾼다. 이에 유년시절 형형색색의 풍선을 불고 놀았던 기억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바탕으로 풍선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풍선은 작가의 작품에서 과거의 정서적 의미를 함축한 이상세계 표현의 상징적 의미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풍선이 지닌 수축과 팽창의 과정은 심리적 작용을 불러일으키며 희망, 꿈, 해방, 허망, 욕망, 상실 등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풍선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작가 내면의 긍정 또는 부정의 속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속성을 지닌 풍선에 고유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호흡을 불어넣으면 풍선이 부풀어 오르며 공간을 형성한다. 이때 풍선의 외면은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존재하며 풍선의 내면은 에너지를 지닌 동적인 유기적 형태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풍선에 불어넣은 호흡은 작가의 어린 시절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함축한 동심의 에너지를 내포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풍선은 추상적 심상을 나타낼 수 있는 실제적인 물상이며, 잠재되어 있던 동심을 떠올리는 상징적인 물체로 표현된다.

 

작품 속 풍선은 부드러운 곡형과 동적인 이미지에 의한 유기적인 특징이 눈에 띄며 풍선 위를 올라탄 장난감 말은 동심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풍선이 지닌 검은색에 가까운 차분한 보라색은 어린 시절 작가의 동심과 환상이었던 검은색 풍선이 보라색 풍선임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허탈감과 실망감의 결과를 나타낸다. 동시에 풍선 외면에 보이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단어를 이용하여 메시지를 건넨다. 이와 같은 작품 속 상반된 이미지는 성인이 된 작가와 과거의 작가와의 접점을 보여주며 중간지점에서 새롭게 그 영역을 넓혀가며 창조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나타난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대표하는 풍선을 소재로 채택함으로써 본원적인 자아에 더 가까워지고자 하며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동심이 가득한 이상세계를 자신의 작품에 표현한다. 이처럼 작가는 어른이 되어 잊고 있던 감수성을 상기시키고 판타지를 투영한 이상세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본 전시를 통해 나만의 검정색 풍선에 동심을 불어넣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자아를 일깨우고 일탈의 통로로서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노트

제 4장 SeeSaw

 

누구나 꿈꾸는 이상세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동심이 가득한 이상세계를 꿈꾼다.

나의 이상세계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계속해서 보게 하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낸다.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상극되는 인위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이상세계를 구현한다. 간극의 차이가 클수록 반전의 힘이 있듯 이질감과 거리감에서 오는 나의 유토피아 또한 그렇다. 성인이 된 나와 과거의 나의 접점, 중간지점에서 새롭게 그 영역을 넓혀가며 창조하는 것은 나의 현실 도피처이자 헤테로토피아적 해소방법이다. 이것은 물리적 현실공간에 가상의 유토피아 이미지 공존으로 완성된다.

어른의 시각에서 끌어오는 동심은 이미 때가 타고 색 바랜 기억의 조각일지 모르지만, 그 조각은 나를 찾아가는 지표이다. 한낱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존재일지 모르는 동심을 사라지지 않도록 증거물로 남긴다면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본 조각들은 큰 지도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